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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자

by 파워티처 2021. 11. 4.

학창시절 여름방학은 내 섬에서 놀았다. 아침밥을 먹고 집안에 도와드릴 일이 없으면 내 섬으로 들어간다. 섬 안에서 보는 풍경을 보던지 하늘을 보면서 나는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저 멀리 건너편에 느티나무 수백 년째 떡 버티고 있다. 여름이면 논과 밭에서 일하시던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모습들이 보인다. 어린아이들은 느티나무에 매달린 그네를 타고 놀고, 들판에서는 청소년들이 축구 경기에 여념이 없다.

 

한여름 내내 벌어지는 일상이지만 난 내 섬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하늘을 보면 별들 사이로 우주선들이 날아다니고 있고, 로봇 과학자가 되어 내가 만든 로봇을 타고 생명이 살아있는 별들을 탐험하기도 한다. 사춘기를 겪던 청소년 시절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지? 라며 할 말을 찾기 위해 고민이었다. 사람 많은 곳도 싫어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어하면서 점차 내가 즐길 수 있는 영역은 내 섬뿐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섬을 떠났다. 대학교에 다니고 군대를 다녀와야 했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들었던 섬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6년이 흘렀다.

 

코로나바이러스 19 확산이 2년째 계속되고 있으면서 도심에 다시 내 섬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집과 직장을 왔다 갔다 하는 일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좁아져만 갔고, 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나는 잊었던 섬을 다시 도심 속에 만들어간다.

청소년 시절의 섬과 지금의 섬은 성격이 좀 다르다. 지금의 섬은 개방하려고 한다. 누구나 내 섬에 와서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어야 한다.

 

2021년 3월부터 시작된 내 섬 만들기 공사는 이제는 섬의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작년까지 교무실에서 여러 부서 선생님들과 근무하다가 올해부터는 1층에 진로진학부에서 1명과 근무 중이다. 올해 섬을 만들기에 딱 좋은 근무환경도 갖췄다. 나만의 공간, 나만의 사무실, 나만의 시간이 내가 원하는 섬을 만든다.

 

이미 내 섬에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독서 모임, 글쓰기 모임 등을 이 공간에서 나누고 있다. 매일 새벽 아침 출근하기 전 4시간 동안 나는 섬에 머물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가을바람이 차가워지면서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다 보니 누구 하나 없는 섬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은 사람 그림자 하나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속 관계마저 없다면 외로운 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난 이 섬에서 나름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가끔 지인들이 방문해준다. 그 지인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나는 혼자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시물레이션을 한 다음 계획서를 만들고 실행에 옮긴다. 이제는 서재와 내 블로그가 내 섬이다. 그 섬에서 모든 것들이 계획되고 생산된다. 나이 먹고 나만이 사색할 수 있는 섬이 있다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